비극 vs 희극
희극과 비극의 기준은 독자인가?
우리가 비극적 감정을 느끼는 작품 속 주인공들이 기쁘다면 그것은 비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학교에서 따돌림 받는 쿠스노기의 학창 시절부터 시작한다.
여러분은 이렇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이란 말을 듣곤 하는 '인간의 생명'이, 실제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5p>
이 질문에 쿠스노기는 자신은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10년 뒤 쿠스노기가 수명을 파는 가게를 찾아 자신의 수명을 팔았을 때, 자신의 남은 수명 30년의 값어치는 30만엔 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쿠스노기는 수명을 3개월만 남겨두고 30년의 수명을 팔아 30만엔을 받는다.
수명을 1년 이하만 남기고 판 사람들이 문제 행동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감시를 맡게 된 감시원 미야기가 쿠스노기의 곁에서 쿠스노기를 감시하게 된다.
쿠스노기는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던 중, 같은 대학 여후배 와카나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그런가요? 하긴 그렇겠죠. 쿠스노기 씨는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 만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중략)
그래서 저는 당신을 포기한 거예요.
<85p ~ 86p>
사실 와카나는 쿠스노기를 사랑해주었을 수도 있는 마지막 사람이었다. 또한, 쿠스노기를 좋아해줄 사람은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이후 어릴적 소꿉친구 히메노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어릴적 히메노는 쿠스노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쿠스노기는 의도를 알지 못하고 일반적인 답을 하게 된다. 그 결과 히메노는 절망에 빠지고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나의 단 한 명뿐인 소꿉친구에게.
사실은 당신 앞에서 죽어버릴 생각이었습니다.
(중략)
내가 도움을 청했을 때에는 반응하지 않았으면서, 이제와서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당신이 미워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을 때, 죽어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20p>
이후 쿠스노기는 얌전히 죽기를 다짐한다.
이후 쿠스노기는 사실 자신의 삶의 가치는 1년당 1엔, 즉 30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야기가 누군가를 도와 줌으로써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야기의 빚을 전부 면제해주리라 다짐한다.
따라서, 쿠스노기는 자신이 죽기 전 미야기의 추억을 만들어주게 된다. 또한, 자신의 가치를 높여 수명을 3일만 남기고 모두 팔아 미야기의 빚을 모두 갚는다.
수명이 3일 남았을 때 혼자 둔다는 규칙 때문에 미야기는 떠난다. 하지만 미야기도 자신의 수명을 3일만 남기고 모두 팔아버리고 쿠스노기의 앞에 등장한다.
두 사람은 앞으로의 3일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이 책을 읽어 본다면 왜 이 책의 제목이 3일간의 행복인지 알 수 있다.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쿠스노기가 자신의 수명이 30만엔(나중에는 30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절망하지만 미야기에 대해 알게 되고 그런 미야기를 위해 자신의 남은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따듯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둘은 결국 수명을 3일만 남기고 모두 팔아버렸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 슬픈 결말을 맞는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희극과 비극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책에서 미야기와 쿠스노기는 분명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슬픈 여운이 남는다.
독자가 보는 책의 결말이 비극이지만, 책 속 주인공들은 희극이다.
이 책의 작가 미아키 스가루는 이런식의 내용 구성을 정말 잘 한다고 생각한다.
미아키 스가루의 차기작 '아픈것아 아픈것아 날아가라'에서도 이와 같은 구성을 볼 수 있다.
아마도 그 3일은
내가 보냈어야 했던 비참한 30년보다도,
내가 보냈어야 했던 유의미한 30일보다도,
훨씬, 훨씬 가치 있는 나날이 될 것이다.
<368p>
이 책을 통해 미아키 스가루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이 작가의 모든 책을 읽어볼 정도로 이 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
독자는 슬픔을 느끼지만 그 속 주인공들은 나름대로의 행복한 결말을 맞는 내용이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슬픈듯 따뜻한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이러한 결말을 통해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이 길지도 않고 읽기 어려운 내용도 없으니 이런 구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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