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 책은 밀리의 서재에서 소설 베스트셀러에 포함되어 있길래 읽어봤다.
분량도 많지 않고 한국 작품이라 사람 이름이 헷갈리지 않는다(?).
또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책 소개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줄거리
글은 편지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첫번째 편지의 작성자는 '미라'라는 가정교사이며 수신자는 '유재'의 어머니 '지원'이다.
미라는 방울이라는 강아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본인이 1년전 지원에게 모진말을 듣고 아들과 함께 생을 마감한 한 여인의 딸임을 밝힌다. 여지껏 범인이 지원의 첫째 아들인 '유찬'인줄 알고 있었지만, 진짜 범인에 대한 문자를 받고 미라는 강아지를 죽이고 본인의 가족에 비극을 가져다 준 진짜 범인인 '유재'에게 청산가리를 먹였다는 사실을 밝히며 미라의 편지가 끝난다.
두번째 편지의 작성자는 지원이다.
지원의 관점에서 아들 유재를 사랑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서술한다.
유재의 아버지는 TV에 나오는 살인마에 대해 유재가 특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유재를 데리고 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를 받았다. 얼마뒤 우연의 일치인지 유재의 아버지가 샤워하는 동안 유재가 화장실에 들어간 뒤 아버지가 드라이기에 의한 감전으로 사망했다. 지원은 유재를 두려워하기도 하며 의심했다. 이러한 상황에 불똥은 미라의 어머니에게 튀었다고 고백한다.
또한, 지원은 한눈에 미라를 알아봤으며 미라가 다시 나타난데는 필시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말한다.
자신을 병원에 보내려 했다고 아버지를 살해하고 친형을 다치게 해 지원이 고통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하는 유재를 차마 어머니인 본인이 죽일수는 없어서 미라를 이용해 유재를 살해하려 했다고 고백하며 편지가 끝난다.
세번째 편지의 작성자는 유재이다.
유재가 왜 악마가 되었는지에 대해 유재의 관점에서 서술한다.
유재는 항상 형인 유찬이와 비교 당하고 차별당했다. 뛰어나고 사랑받던 형을 시기하여 개를 죽인 뒤 형이 한것처럼 꾸민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어느날 유재는 기침을 해서 피가나는 본인을 바라보는 형의 반응에 크게 실망하여 형을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마지막 네번째 편지의 작성자는 미라이다.
청산가리 사건이 있었던 뒤의 시점이다. 우연찮게 청산가리 병에 들어있던것이 청산가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미라가 지원에게 유찬의 속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미라는 진짜 청산가리로 유재에게 복수를 성공하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이모저모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누군가로 인해 지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모른다면 알게 해주고 싶다. 그게 얼마나 비참한지.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내가 몇 살인지, 무슨 학교를 다니는지, 키는 어느 정도고 피부는 하얀 편인지 검은 편인지, 성격은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 아무도 관심없다. 그들에게 나는 오로지 형의 뒤에 딸린 둘째 녀석이다. 그들은 내 이름이 유재라는 것도 잘 모른다.(42p)
진정한 공포는 나를 무시하는 엄마와 형의 눈이다. 내가 투명한 거품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때다. 그것들이야말로 나를 죽고 싶을 만큼 비참하게 만든다. 그렇다. 비참해지는 일만큼 세상에 무서울 건 없다.(59p)
두렵다.
내가 상상속에서가 아닌 진짜 거품일까 두렵다. 진짜 거품처럼 터져버릴까 겁이 난다.(46p)
유재가 악마가 된 이유는 무관심과 비교, 차별이였다. 자신에게 무관심한 엄마와 그런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형을 망가뜨리기 위해 유재는 스스로 악마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폭행하여 엄마가 학교에 찾아왔을때 조차도 엄마가 오롯이 자신을 위해 학교에 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실 유재가 원한것은 엄마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었을 뿐이었다. 이 책은 무관심, 비교로 부터 비롯된 유재의 극단적인 행동들을 보여주며 사람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하게 한다.
단지 듣고 싶었다.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의 걱정 어린 목소리와 다정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63p)
또한 지원은 유찬에게도 좋은 엄마가 아니였다.
갑갑하다. 나는 한국 최고의 수학자가 될 재목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나는 그녀의 기대가 헛된 거라고 말해줄 자신이 없다.
도망치고 싶다.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
나는 겁쟁이다. 바보 등신이다.(87p)
유찬에 대한 지원의 기대는 유찬을 옭아맸다. 유찬은 엄마의 헛된 기대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또한 자신이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 하는 것에 대해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잊어 할 수 있는것이 없었다.
지원은 유재의 어긋남을 알고있었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아이를 죽이고 멀쩡히 살아갈 용기가 없었다. 또한 유재가 처벌을 받을까봐 유재와 함께 동물들을 죽인 친구들을 신고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야 어찌 되건 내 자식만 무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셨나요? 동생과 같이 살면서 공포에 떨었을 유찬 군의 입장은 생각 안 해보셨나요?(93p)
지원의 이기심과 잘못된 모성애로 인해 처벌받고 치료받아야 할 유재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주변의 다른 사람, 동물들이 계속 피해를 입었다.
결국 모두를 비극으로 이끈것은 엄마인 지원의 안일하고 이기적인 태도였다.
과연 우리는 유재가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하는 것을 유재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조금 고쳐드리자면, 유찬 군에게도 유재군에게도 나쁜 엄마였어요.
지나치게 둘을 차별했고, 자식이 그릇된 방향으로 빗나가는 걸 보고도 묵시했으니까요.
...
그런 어머니의 안일하고 이기적인 태도가 결국 두 아이 모두를 불행에 빠트리고만 겁니다.(95p)
마무리
이 책은 지원의 가족과 미라의 가족 사이에 얽힌 비극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상처받을줄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상처받을 줄도 알고 남에게 상처 주는 방법도 알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며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부모의 이기적이고 안일한 태도가 아이를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작품속에서 여러가지 사회 문제들을 비꼬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의 사회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 또는 관심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추가
반전소설이라고 했지만 대단한 반전은 없다.
내가 너희 아들에게 복수하러 왔다 -> 사실 나는 네가 복수하러 온것을 알고 있었다. 청산가리도 의도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 사실 청산가리는 가짜였고 내가 복수에 성공한 줄 알았던 아들은 멀쩡히 살아있는 것을 알고있다. 나는 다시 너의 아들에게 복수할 것이며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는다.
나는 너의 행동을 '예상'했다.
사실 나는 너가 나의 행동을 '예상'한 것을 '예상'했다.
...
반전에 집착하기 보다는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을것 같다. 사회를 풍자하고 비꼬는 내용으로는 아주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반전을 기대하기 보다는 사소하게 뒤집어지는 내용들은 이야기 전개 수단이며 그 속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일상 > 책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일간의 행복 (0) | 2022.05.08 |
---|---|
소문 (0) | 2021.11.03 |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0) | 2021.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