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레트로에 빠져서 옛날 물건과 분위기가 정말 좋다.
이럴때 딱 생각나는 곳이 간이역 이었다.
군위에 있는 화본역은 일제 강점기때 부터 사용한 '급수탑'이 남아있는 몇 안되는 역 중 하나다. 또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방송에도 자주 나왔던 유명한 역이다.
다행히 화본역에는 아직 열차가 정차했고 어렸을때 부터 기차를 좋아한 사람으로서 기차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화본역
경상북도 군위군 산성면 산성가음로 711-9에 위치하고 있다.
출발
화본역에는 하루에 여섯대의 무궁화호가 정차한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침 6시 50분까지 청량리로 갈 자신이 없어서 동대구 -> 영천 -> 화본 코스를 선택했다.
동대구(08:31) ~ 영천(08:58) 무궁화 1791
영천(09:24) ~ 화본(09:52) 무궁화 1602
화본(15:08) ~ 동대구(16:05) 무궁화 1671
화본역에서 나오는 기차 시간이 15:08분 이었기 때문에 약 5시간의 시간을 화본역에서 보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더 빠르교 효율적인 길이 있을수도...)
구름 없는 날씨라 해서 출발했는데 아침에 하늘이 칙칙해서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날씨는 영천역에 도착 할 때 쯤에는 맑아졌다.
무궁화호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화본역이 나온다. 중간중간 통과하는 역들도 화본역 만큼이나 작고 오래된 것 같다.
화본역에 도착해서 내려보니 예상 밖으로 사람이 없었다. 기차에서는 나 혼자 내렸고 자가용을 타고 온 사람조차 없었다.
당황스러웠지만 평일이고 날씨도 추우니 그러려니 했다.
도착
기대했던대로 화본역은 아름다웠다.
딱 내가 생각했던 간이역의 모습이었다. 날씨도 좋아서 훨씬 더 아름다워 보였다. 아무도 없어서 내 맘대로 사진을 찍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급수탑에 가려면 화본역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고 열차 승강장을 넘어가야 한다. 입장권은 1,000원이다. 나름의 기념품으로 챙기기 좋고 이쁘다.
입장권을 구매하고 나면 승강장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급수탑에 갈 수 있다.
왼쪽 사진 좌측에 보이는 새마을호는 화본역에 있는 레일카페로 사용되지만 내가 갔을때는 문을 닫았었다.(기차 덕후는 웁니다 ㅠㅠ)
급수탑은 팻말을 따라가다 보면 2분이면 도착한다.
증기기관차는 기관차에서 석탄을 태워 발생하는 열로 보일러 내부에 있는 물이 끓으며 발생하는 증기의 압력을 이용해 바퀴와 연결된 피스톤을 움직여 동력을 얻는다. 영화를 보면 증기기관차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난다. 굴뚝의 연기는 석탄을 태우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TMI: 증기기관차는 연비가 매우 나빴으며, 주행 중 석탄 공급의 완전 자동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열차 운행 중 계속해서 석탄을 공급하는 '화부'가 있었다)
물이 없다면 증기로 움직이는 증기기관차는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물을 주기적으로 보충해줘야 한다.
이때 필요한것이 급수탑이다.
급수탑은 예전에 증기기관차가 다닐 때 기관차에 물을 채우기 위한 탑이다. 물을 끌어올려서 기차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증기기관차에서 디젤기관차로, 디젤기관차에서 전기기관차로 넘어가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시설이다. 애초에 증기기관차는 산업혁명 시기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현재에는 더이상 급수탑이 필요없다.
화본역은 이러한 급수탑이 남아있는 몇 안되는 곳 중에 한군데다.
옆에는 증기기관차와 급수탑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는 시설이 있고 급수탑 안에 들어가볼수도 있다.
내부로 들어가보면 가운데가 뻥 뚫린 돌기둥같은 모습이다.
밑에는 조각상이 하나 있고 위로는 물이 흘렀던 관 두개가 있다. 사진 하단의 반짝이는 것들은 조각상과 함께 급수탑 안에 전시되어있는 것이다.
벽에 쓰여있는 '석탄정돈'과 '석탄절약'이라는 문구에서 세월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또한, 급수탑 안에는 동상도 있다.
레일카페는 실제 객차를 이용했지만 전동차는 모형이다. 그래서 앞이 텅 비어있다.
(새마을호의 DHC동차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쉽다...)
화본역 밖으로 나오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왔던 '역전상회'가 있다.
(카드결제가 안된다)
다른 각도에서 찍은 화본역 사진을 끝으로 다음 코스인 '엄마 아빠 어렸을적에'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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